오랫동안 조용했던 일본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제조업 강국 일본은, IT 혁명과 디지털 전환 물결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고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긴 침체를 겪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점차 영향력을 잃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은 제조업을 넘어 AI 혁신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혁신했는지, 그리고 이제는 어떻게 국가 차원의 AI 대전략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일본 제조업 혁신: 기술, 대응, 협력의 힘
일본 제조업 혁신을 이끈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아지노모토, 진스(JINS), 그리고 후지필름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분야에 속해 있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바로 ‘핵심 기술을 꾸준히 축적’하고,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며, ‘외부와의 개방적 협력’을 통해 스스로를 혁신했다는 점입니다.
먼저, 아지노모토는 세계 최초로 감칠맛 조미료를 상용화한 식품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식품 산업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아미노산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을 개발하여, 지금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90%를 넘기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미래 기술 수요를 미리 내다보고 꾸준히 준비해 온 결과였습니다. 아지노모토는 고객의 요청이 오기도 전에 가능한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시장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고, 식품 기업을 넘어 첨단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진스는 전통적으로 변화가 드물었던 안경 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낸 사례입니다. 진스는 단순히 시력을 교정하는 도구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웨어러블 기술을 접목해 사람의 집중력을 측정하는 스마트 안경 '진스 밈(JINS MEME)'을 개발했습니다. 눈 깜빡임, 시선 방향, 신체 균형 데이터를 수집하여 집중도를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한 이 제품은, 안경을 넘어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하는 시도로 평가받았습니다. 진스는 필요한 기술을 자체적으로만 개발하려 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빠르게 아이디어를 제품화했습니다. 이처럼 외부 지식과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진스가 새로운 시장을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후지필름의 경우, 필름 카메라 시대를 풍미했던 기업이었지만,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아 필름 시장이 급격히 쇠퇴하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후지필름은 필름 제조 과정에서 쌓아 온 나노 기술, 정밀 화학 기술을 기반으로 빠르게 헬스케어와 바이오 의약품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제공’ 중심의 사업 모델로 전환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헬스케어가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위기를 단순히 견디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분해하고 재구성하여 전혀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만들어 낸 후지필름의 사례는, 변화의 시대에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세 기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핵심 기술을 다듬고, 변화하는 시장을 예리하게 읽어내며, 외부와 손을 잡아 혁신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된 경험은 하나의 진실을 말해줍니다. 준비된 기술과 유연한 사고, 그리고 협력하는 자세가 있어야만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AI 대전략: 기술 패권을 향한 새로운 도전
제조업 혁신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일본은 이제 AI라는 새로운 전장에서 국가적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일본의 AI 혁신을 이끄는 상징적인 인물로, “일본은 늦었지만 포기할 수 없다”며 오픈AI와 합작해 'SB오픈AI재팬'을 설립하고 일본 전역에 AI 에이전트를 보급하려는 '크리스탈 인텔리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는 AI 생태계를 자국 내에 구축하는 것을 경제적 손익을 넘어 ‘국가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생성형 AI 모델까지 전방위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 또한 이러한 흐름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AI를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GPU를 전략 물자로 지정하여 엔비디아로부터 최신 GPU를 우선 공급받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으며, 민간 기업들이 GPU를 구매할 때 비용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민관이 함께 움직이는 이 전략적 노력은 일본이 다시 첨단 산업의 중심에 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며, AI 시대에 기술 주도권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술-대응-협력, 그리고 미래를 여는 도전
일본은 제조업 혁신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이제 AI 혁명이라는 새로운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늦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단순히 뒤처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핵심 기술을 축적하고, 미래를 향한 투자와 협력을 강화하며,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본이 보여준 그 치열한 자기 혁신의 태도를 되새기고, 스스로에게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일입니다.
나는 무엇을 축적하고 있는가?
축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작고 느린 일이라도 지금 무엇인가를 쌓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다가올 변화에 어떤 힘이 될 수 있을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나는 변화를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가?
변화는 항상 조용히 다가오지만, 그 신호를 읽는 자만이 한발 앞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보이는 법입니다.
나는 외부와 협력해 더 큰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가?
혼자서는 결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기술이든 비즈니스든,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더 큰 가치를 만들어가는 협력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변화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오고,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준비된 이들만이 그 거센 흐름을 타고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일본은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영광에만 기대지 않고, 스스로를 재구성하고, 미래를 향해 담대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도전의 출발점은 늘 똑같았습니다.
‘변화는 피할 수 없으며, 준비하고 대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단순하지만 절대적인 진리입니다.
우리에게도 더 이상 주저하거나 망설일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바로, 축적하고, 감지하고, 연결하며 다가올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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